한의사가 인체와 질병을 해석하는 방식은 서양의사와는 많이 차이가 납니다.

왜냐하면 병명과 병의 분류법, 사용하는 용어가 다를 뿐만 아니라 환자의 인체를 바라보는 관점과 인식의 틀, 관찰하고자하는 인체 현상의 영역, 의사의 임상적 판단을 결정하는 일상적 사고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한의학에서는 신경이라는 개념이 없지만 한방 치료는 신경질환에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서양의 학에는 중풍이란 개념이 없지만 서양의학의 관점에서 뇌졸중을 치료합니다.

이처럼 한의학과 서양의학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질병을 파악하고 치료하고 있습니다.

서양의학은 개념상 분리 가능한 범주의 질병들 혹은 질병의 인자들에 주된 관심을 기울였으며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들을 분리해 내고, 변화시키고, 통제하고, 파괴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서양의사는 먼저 증상에 출발해서 그 밑바탕에 깔린 메커니즘을 찾아나갑니다.

그렇게 해서 특정 병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는데 그것은 비교적 잘 정의되고 독립적인 병으로서, 몸의 어떤 부위에서 나타나더라도 어디까지나 동일한 방법입니다.

이러한 정확한 진단이 어떤 좁은 영역에 대한 정확하고 측량 가능한 기술의 뼈대를 이루게 됩니다.

의사의 논리는 분석적 입니다. 말하자면 메스로 인체의 복잡한 현상들에서 단 하나의 원인을 분리해 내는 것 입니다.

반면에 한의사는 인간을 전체적으로 바라봅니다. 환자의 생리, 심리상태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합니다. 의사는 증상, 환자의 일반적인 특정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조합하여 소위 부조화의 유형이 환자의 신체적 불균형을 설명해 줍니다. 한의학에서 진단은 특정 질병인자나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 대한 총체적인 묘사에 가깝습니다.

원인과 결과의 문제보다는 전반적인 유형의 파악이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X가 Y의 원인일까'라고 묻기 보다는 'X와Y는 어떤 관계일까'하고 물음을 갖습니다. 쉽게 말해서 몸 안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데 관심이 있습니다.

한의학의 논리는 유기적이며 종합적이어서, 증상과 증후들을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통합시킵니다. 이러한 총체적 형태 즉, 부조화의 유형이 치료의 기본 틀을 제시해 줍니다. 그에 따라 치료란 부조화의 상태를 균형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 즉 인체의 조화를 회복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어떤 질환을 이해하기 위해 서양의학에서는 환자의 존재와 유리된 특정한 실체를 밝히고, 동양의학에서는 환자의 모든 증상과 증후들 간의 관계를 인식하려 합니다.

이와 같이 한의학은 총체적입니다. 어떠한 증상도 전체와의 관계를 떠나서는 이해될 수 없습니다.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 그 원인을 추적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증상을 나타내는 몸의 불균형을 이해하려 애쓰는 것입니다. 한 부분일 뿐인 증상을 통해 몸 전체 유형을 파악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의학의 질병에 대한 접근 방법이 서양의학의 방법론에 비해 다소 거칠고 덜 분석적이지만

그 자체로 논리성과 과학성을 확보하고 인체현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